본문 바로가기

책 읽고 쓰고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읽고 쓴다는 것...을 읽고 쓴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벌이로서의 글쓰기)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 자신,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야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바르게 잘 자라던 20대의 나는 인생의 격변기를 겪고 바보처럼 살아갔다. 생각도 하지 마, 욕심도 내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꾸준한 노력과 노력 그렇게 하늘에 기대어 살다 스스로 지쳐 쓰러지고 자신을 책망하다 작은 성취에 자만하고 그러다 다시 방황하는 삶을 반복해 살았다.

 

  그렇게 40대가 되어 변화 없는 삶을 살다가 이제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며 각성할 때(옛 고사에서 나오는 탕자의 비유같이) 독서모임 초대를 받게 된다. 그와 동시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코로나 19, 투잡, 네트워크 마케팅 제의, 대학원 권유 운명이 변하는 2020년이 된 것이다.

 

  그동안 읽기만 하고 싶은 사고를 하지 않던 나이기에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더 읽지 않으면 내가 뭘 읽었나 했었는데 어느 날 온라인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는 순서가 되면서 크게 느낀다. 읽고 정리해 자료 만드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공부가 되는구나. 이거 정말 좋구나 읽고 쓰는 것!!

 

  독서모임에서 같은 시간 고미숙 작가님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이하 읽고 쓴다는 것)를 가지고 독서토론회는 한다고 책 선정을 하였다. 와!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이런 책을 선정하다니! 바로 책을 사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빨려 들어가듯 읽기 시작했다. '아 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지식의 넓이여, 대한민국에 이런 분이 계셨구나!'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엄청난 지식을 쏟아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써 내려간 필력에 감탄하고 또 공감되었다. 작가님은 읽고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분리되지 않는다.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얼마나 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는가! 그렇다 우리는 읽고 써야 한다. 인스타에 몇 마디라도 감상문을 남기고, 수첩에 감동적인 문장, 필요한 정보를 옮겨 적고, 블로그에 감상문을 쓰고, 일기장에 내 감동을 고스란히 남겨야 한다.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면 '읽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읽기는 그저 정보로 환원된다. 그 정보가 아무리 원대하고 심오해도 결코 존재의 심연에 가 닿을 수 없다. 글 읽기와 쓰기의 간극만큼 교육이 타락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읽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작가의 글을 Ctrl+C, Ctrl+V 할 것이 아니라면 뭔가 생각하고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고민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 숨어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작가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나는 어떤가 대입하는 과정을 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작가님은 '뇌와 손과 혀'의 유쾌한 삼중주라고 말한다.

 

  아까 말한 독서모임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시간 내에 읽고 독서감상문을 남기지 못해 강연에 못 갔다. 예상치 못한 스케줄에 핑계를 댈까. 아 갑작스러운 김장이라니... 아니다 내가 작가님의 책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하루 휴가를 내고 볼일을 본 뒤 작정하고 읽었는데 5시간 동안 116페이지에 머물렀다. 나는 책 한 권을 읽고 있었는데 작가님은 여러 권을 내 머릿속에 넣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을 정말 쉽게 쓰셨구나. 한 장 한 장 방대한 자료와 철학적 사고, 전혀 생각지 못한 분야를 통한 글쓰기에 대한 고찰들!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영역에서 사신 분이 수십 년 읽고 쓰는 강연 후 만들어낸 결정체! 

 

  끝으로 이 책을 읽다가 고민 하나를 해결했다. 더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을 갈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 작가님도 교수가 되지 못하고 새로운 지평을 여시며 나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셨다. '대학의 공부는 논문과 실적을 위한 소외된 노동이지만 대중지성은 삶과 세계를 탐구하는 지적 모험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사라졌다. 그래 대중지성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더 넓게 해 보자. 진리에 다가가는 게 경전 연구만은 아닐 것이다. 의학 역사 경제 철학 모든 것을 섭렵하자. 그리고 깊게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자. 격물하고 치지 할 수 있는 게 대학원만은 아닐 것이야. 

 

 고미숙 작가님은 읽고 쓴다는 것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읽고 쓰며 작가가 된 사람들을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작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블로그를 운용하며 쓰는 글들은 나의 독서능력을 올려주고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는데 도움을 주며 내 생각의 한계를 넓히고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도약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 깜냥이 너무 부족하다.

 

  이 책을 읽고 아포리즘을 제목을 통해 변주해 본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깊은 사고와 기록을 통하면 거룩함으로 빛이 난다.'

'책 읽고 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GV빌런 고태경  (0) 2021.04.07